적반하장.

2000년인가, 2001년의 일이다. 출근 길에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뒤에서 승용차가 내차를 들이 받았다.
아마도 졸았거나 음주상태였던 같다. 얼마나 세게 들이 받았는지 1톤 화물차였던 내차의 화물칸 문짝이 너덜거릴 정도 였으니까 말이다. 목도 아프고 정신도 없어 죽겠는데, 사고운전자는 명함 한장을 주고는 얼른 가버렸다. 난 그차의 번호판을 급히 적어야 했다.
전화를 걸어 견적이 나온 내용을 얘기했더니, 너무 비싸단다. 남의 화물차 문짝 고치게 하고 뒤에 깜빡이에 번호판까지 박살 네 놓고는 고물차 몇푼이나 한다고 바가지 씌우려냐면서 그냥 10만원 줄테니 대충 고치라며 전화를 끊길래 결국은 경찰서에서 만났다.

알고보니 무보험차, 사람이 크게 다친것도 아니고 사고도 경미해 불구속 처리되어 조사를 받고는 그 양반은 귀가 조치됐다.
그런데 집에 보내주니 자기에게 아무 문제가 없는줄 알았던 모양이다.
내가 무슨 구속시켜 달라고 떼를 쓰지도 안았고 그냥 법대로 처리 하겠다고 했으니까, 만만하게 봤는 모양이다.

보험사에 연락해서 무보험 특약으로 처리 해 달라고 하고 통원치료 4주간 받은 내역에 이것저것 해서 청구해 버렸다.
4주 후 사고 운전자가 연락이 왔는데 '합의서를 써 달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왜 써줘? 내게 무슨 보상을 해 줬는데?'
'어찌 되었건 당신은 보험으로 처리해 돈 받았지 않느냐? 합의서 없으면 검찰에서 약식기소해서 벌금이 2백만원 나온단다 그러니 합의서를 써 달라'
'그게 나 한테 준 돈이유? 벌금은 내한테 주는게 아니잖소? 합의서 못 써주니 그냥 벌금 2백만원 내세요~~'
그리고 2주 후에 도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꽤 흥분한 목소리였다.
'보험사에서 회사에 내용 증명 보냈다. 변호사 비용에 보험 처리금까지 3백만원 청구하고 급여 가압류에 대한 법원 명령서 첨부했다. 당신 뭐하는 짓이냐?'
'난 보험사가 아니니 내게 묻지 마시오, 내가 자동차 수리비 내라고 했잖아요, 나 한테 달라는 것도 아니고 같이 가사 정비공장에 내자고 했는데 아저씨가 배 째라며요? 3백인지 3천인지 난 모르고, 난 내 치료비하고 수리비만 보험사에서 받으면 끝나요. 그리고 이젠 너무 늦어서 나도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어요'

그는 수리비 60만원을 아까워 배짱을 부리다가 졸지에 사고 운전자로 벌금 2백만원 내고 전과자 되고 거기에 보험할증 대상이 된데다가 보험사에 온갖 수수료까지 다 물어 내고는 회사에서 인사고과에서 물을 먹었다.

그러나 그가 내 자동차의 수리비를 정직하게 보상해 주고 사과를 했다면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되었을 것이다.
화물차 운전자가 만만해 보였는지 모른다. 낡은 화물차를 끌고 다니는 허름한 옷차림의 젊은 놈.
겉보기에 하찮아 보였으니 삐까번적 한 신형 소나타를 모시는 넥타이 맨 엘리트 직장인께서 내같은 인간이 얼마나 만만해 보였으리라. 자기차도 박살 났으니 열 받겠지 그러나 잘못은 본인이 한 것 아닌가?

하지만, 내가 초라하고 그가 대단한 것과 잘못에 대한 사과와 보상은 별개의 것이다. (내가 좀 악질인 면이 있다)
난 그냥 내가 입은 피해 만큼만 보상해 주면 그만이었다. 내가 언제 보상금을 요구했나? 그냥 수리비 달랬지.... 그것도 정비공장 견전서 첨부해서 딱 그만큼 달랬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보기에 별 것 아니니 대충 받고 꺼지라고 했다. 난 그게 시덥지 않아서 내 방법데로 처리한 것이다.
법 좋아 하기에 법 데로 했을 뿐이다. 함부로 법 들먹이지 마라, 법이란게 딱히 기계적으로 적용되는게 아니란다.

인혁당 사건을 계기로 유신시대의 판결이 들먹여지고, 그 당시 시류에 편승했던 판사들의 실명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법원과 딴나라당, 그리고 그 당의 대선후보 주자가 반발하는 뉴스가 보인다.

그럼 좀 묻자, 당신들은 그 유신의 이름 아래에서 신음하던 사람들과 그 가족에게 무슨 보상을 했나?
그들에게 당신들 스스로 어떤 사과를 했으며 보상을 해 주었나?
판사는 법에 근거 해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며, 법에만 근거하고 양심을 져버린 것에 대해 무슨 반성이 있었으며, 잘못된 법인 줄 알면서 그것에 따라 사람들이 고통 받은 것에 어떤 보상을 해주었나?

자신들의 과거가 들추어지는 것은 억울하고 당신들 때문에 억울하게 고통받았던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힘 없는 아랫 것들이라 그만한 것은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궁S가 시청율도 저조 하다던데 이 양반들은 그 드라마에 빠져서 지들이 과거 봉건시대의 왕족인줄 아나보네...

왜 사람들은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들추어지는 것에는 발끈하면서도 남들이 자신들 때문에 피해를 본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에 대해 인색한지 모르겠다.
스스로를 엘리트라 자부하며 나를 깔보던 그 사고운전자와 유신시대의 판사들이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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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 2007/02/01 12:24 | 그냥 이얘기 저얘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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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샐리 at 2007/02/01 12:39
다른 거 다 차치하고 이번 인혁당 관련 문제를 보면서 박근혜는 절대 안된다고 마음 잡았습니다. 인혁당 사건이 처음 불거지자 자기 아버지에 대한 모함이라고 길길이 뛰더니, 모함이 아니라고 밝혀지자 거기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논평도 하지 않고 이번에는 자신에 대한 정치 공세라고 길길이 뛰는군요. 측근들이 거기에 대해 말만 하면 노골적으로 싫어해서 말도 못 꺼낸다고 하는데, 아버지의 공만 이어받고 과는 철저히 외면하며 귀 틀어막는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득합니다.
Commented by 초록동자 at 2007/02/01 12:58
빨갱이 소리는 안나올런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절대권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텐데..
Commented by 아울양 at 2007/02/01 13:14
과거사 주범의 딸을 그래도 위대한 박모대통령의 따님이신데, 그래도 경제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었느냐, 하고 감싸도는 우민들이 버젓이 있는 세상인걸요. 길길이 뛰는 본인보다 얻은 것도 없으면서 감싸주는 우민들이 더 한심합니다. 날뛰는 인간들은 얻은 거라도 있지, 지들은 뭐라고 그리 떠받들어 대는 건지.
Commented by 酒愛君 at 2007/02/01 13:30
왠지 통쾌하군요! 정말 못된놈 잘 혼내주셨어요 =_=;
Commented by 페로페로 at 2007/02/01 13:55
예의란 아무리 넘쳐도 부도나지 않는 보증수표죠... 잘못된 쌍놈의 마인드가 퍼져서 그 누구에게라도 예를 갖추라는 양반의 정신은 사라지고 겉만 그럴싸하면 모든게 다 양반인줄 아는 그런 놈들이 세상에 잔뜩 퍼져 있으니...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7/02/01 17:15
개념 안박힌 쓰레기들이니까요....단지 그뿐입니다
Commented by bluesoup at 2007/02/01 17:48
박근혜는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모습만 봐도 독선적이고 아집이 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인혁당 사건 관련한 반응은 참... 할 말이 없네요; 그 나이 먹도록 대중목욕탕 한 번 가본 적 없는 공주님이 서민 생활은 어떻게 아시는지 할말 없으면 서민들 먹고사는 문제를 들먹이는 것도 참 꼴값도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그 무례한 사고 운전자에 대해서는 정말 속시원하게 갚아주셨군요. 잘 알아뒀다가 저도 나중에 그런 일 겪게 되거들랑 써먹어보렵니다.
Commented by 銀鳥-_- at 2007/02/01 22:30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보통 사람들은 전전긍긍할텐데... 저도 잘 익혀두어야 -_-; 여튼 대체 '친일파 명단'도 좀 확 속시원히 까발렸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명단 밝혀지는게 뭐 대수론 일이라고... '누구 말마따나' 어쩔수 없이 했던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 낄...
Commented by 주니 at 2007/02/01 23:06
거짓으로라도 고개 한 번 숙였으면 지지율이 조금은 올랐을텐데, 정말 머리에 뭐가 든건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생각을 안하고 사니 아무것도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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